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음악가이자 영화 <마지막 황제>의 OST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류이치 사카모토가 별세했다. 향년 71세. 2일 일본 매체 스포니티아넥스·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사카모토의 소속사는 그가 지난달 28일 투병 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카모토는 2015년 인두암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하다가 복귀했으나 2020년 6월 다시 직장암 판정을 받았다. 이후 2022년 6월 직장암이 4기로 악화됐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소속사 ‘캡’은 “사카모토는 치료를 받으면서도 컨디션이 좋은 날은 자택 내 스튜디오에서 창작 활동을 계속했다. 최후까지 음악과 함께 했다”면서 “지금까지 그의 활동을 응원해 주신 팬, 관계자, 그리고 의료 종사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1952년 도쿄에서 태어난 사카모토는 3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이미 바흐의 음악에 심취할 정도로 클래식에 조예가 깊었지만, 영국 록밴드 비틀즈의 음악에 매료되는 등 음악적 스펙트럼도 넓었다. 도쿄예술대학 음악학부 작곡과를 거쳐 1978년 3인조 밴드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YMO)를 결성해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었다. 신디사이저를 사용한 YMO의 음악이 해외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월드투어를 두 번이나 성공시켰다. YMO는 신시사이저를 일본의 전통 음악과 팝과 결합하여 전자 음악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YMO의 해체 후, 사카모토는 솔로 활동을 추구했고 영화, 텔레비전 쇼, 비디오 게임을 위한 음악을 작곡했다. 그는 특히 영화 OST 작업에 활발히 참여했다. 1983년 전쟁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에는 사운드트랙 작업 뿐 아니라 배우로도 출연을 했고, 이 영화에서 영국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와의 열연이 화제가 됐다. 1987년 영화 <마지막 황제> OST로는 그래미상과 오스카상을 받았다. 일본인으로서 오스카 작곡상을 받은 건 사카모토가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국내 음악인 유희열씨가 자신의 곡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을 때 “곡의 유사성은 있지만 제 작품을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모든 창작물은 기존의 예술에 영향을 받는다. 거기에 자신의 독창성을 5~10% 정도를 가미한다면 훌륭하고 감사할 일”이라고 답해 거장의 품격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사카모토는 데이비드 번, 이기 팝, 알바 노토를 포함하여 그의 경력 내내 많은 다른 음악가들과 예술가들과 협력했다. 사카모토는 특히 환경과 평화 문제에도 적극적인 발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후변화와의 싸움과 환경보호와 같은 다양한 인도주의적인 환경적 원인들에 관여해왔다. 2015년 아베 신조 정권이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가능하게 만드는 안보법안을 강행처리하려 하자 집회에 직접 참석해 “헌법과 민주주의를 돌려놓기 위해 나도 행동해 나가겠다”고 발언했다. 동일본 대지진 12주년을 맞아 최근 도쿄신문에 보낸 메시지에서는 “왜, 왜, 왜 이 나라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원전을 고집하는 것일까”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3월 초순에는 도쿄도지사에게 편지를 보내 수백그루의 나무와 오래된 역사적 경기장을 철거하고 고층 아파트를 지으려는 재개발 계획을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사회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았던 그는 지난달 29일 언론사에 전달된 공동 서면인터뷰에서 “음악 제작도 어려울 정도로 기력·체력 모두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 인터뷰는 그가 지난달 28일 숨지면서 생전의 마지막 인터뷰가 됐다. 사카모토의 소속사는 그의 사망 소식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사카모토가 좋아했던 구절을 마지막으로 소개하겠다”고 전했다. 그 문장은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였다.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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